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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송태화의 인저리타임] FC서울 유소년 시스템, 사라진 아이들의 꿈
글쓴이 윤태식 (maxman3) 등록일 2018-12-26 추천 0 조회 4382
FC 서울이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강등 직전까지 내몰렸다 천신만고 끝에 1부리그에 살아남았다.

서울은 지난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2018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부산 아이파크와 1대 1로 비겨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앞서 적지인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상대 수비수 권진영의 퇴장에 힘입어 3대 1 역전승을 거둬 1·2차전 합계 4대 2로 승강 플레이오프 승자가 될 수 있었다.

새로운 시즌에 임하는 서울의 마음가짐은 특별하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에 내려앉은 것을 비롯해 승강 PO까지 치렀던 수모를 갚겠다는 마음이 크다. 첫 단추는 단연 수준 높은 외국인 용병의 영입이다. 그간 서울은 득점루트의 대부분을 용병들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아드리아노와 데얀, 몰리나 등이 서울을 거쳐 가며 활약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서울에 몸담은 외국인 용병 4명이 만들어낸 득점은 단 10골이 전부다. 지난 실망을 뒤로하고 다시 한번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용병들의 지분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내부에서의 선수단 단속도 필수다. 그에 따라 서울은 다음 달 6일부터 25일까지 괌으로, 30일부터 2월 15일까지는 일본 가고시마로 두 차례 전지훈련도 떠난다. 산하에 있는 오산고에서도 일찌감치 재능있는 선수들을 잡았다. 김주성과 백종범, 이인규와 이학선, 전우람이 그 주인공들이다. 현재 오산고 3학년에 있는 이들은 다음 시즌 곧바로 서울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R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은 훗날 서울의 미래를 이끌어 갈 주역들이 될 것이다. 성공에 관해 이야기하긴 아직 섣부르지만, 프로 선수들과 부딪히며 쌓은 경험은 곧바로 실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새 시즌에 변화된 모습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서울이지만 구단 수뇌부 측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쳤다. 바로 유소년 아카데미의 포기다. 서울은 전 지역에 30여 개의 친환경 인조잔디 구장에서 유소년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었다. 5000여 명의 어린이는 4개 권역(북·남·동·서부) 28개 구장으로 나뉘어 서울의 축구 아카데미인 ‘Future of FC서울(FOS)’에 가입돼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축구를 배워왔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올 시즌 서울의 부진 이유 중 하나로 FOS로 빠져나가는 예산이 꼽힌 것. 결국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FOS를 현재 규모의 4분의 1로 줄이는 방안이 통과되는 결과를 낳았다. 유소년 아카데미를 유지하기 위해 첫 번째는 축구장의 관리인데, 노후된 인조잔디를 개조하고 도시 전역에 퍼져있는 이곳들을 관리하는 데 금전적인 부담을 느낀 것이다. 현재 축구장 대부분은 다른 운영 주체에게 넘어갔다.

FOS 관련 부서도 3팀 13명에서 1팀 5명으로 대폭 줄였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이미 서울이 내년 이맘때쯤 순차적으로 구장을 정리하며 FOS를 해체할 것이라는 루머도 돌고 있다.

FC 서울 홈구장인 상암월드컵경기장 관중석. FC서울 구단 홈페이지 캡처

사라진 아이들의 꿈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이젠 너희들이 뛸 경기장도, 꿈도 없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저희로서도 윗선의 결정이라 따를 수밖에요.”

FOS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 유소년 코치의 하소연이다. 구단 측에서 학부모들에게 직접 이야기해야 하는 어려운 책임을 코칭스태프들에게 떠넘겼다는 주장이다. 많은 학부모가 FOS 축소를 떠나 이번 구단의 행보에 분노한 이유다. 소문으로만 듣다 어느 날 갑자기 코치로부터 “자신도 어쩔 수 없다”며 통보받은 셈이다. 서울 관계자는 “주중 설명회를 열어 학부모들에게 구체적인 해명을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미 FOS에 몸담던 많은 학생은 민간 축구교실이나 초등학교 축구팀으로 적을 옮겼다. 축구를 취미로만 즐기며 토요일만 나가던 학생들은 다니던 수학 학원을 바꾸듯 다른 축구 교실로 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선수를 목표로 서울 이름값에 자신의 꿈과 시간을 베팅했던 아이들은 상황이 달라진다. 하루아침에 갈 곳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규모만 키운 FOS의 문어발식 확장이 독이 된 셈이다.

한 학부모는 “FOS가 동네 축구교실이 아니지 않으냐. FOS를 선택한 것은 서울이라는 구단 이름값이었다. 구단 직영 축구교실이라고 대규모 홍보를 해놓고 이런 식의 운영이 말이 되느냐”고 분노했다.

FOS를 축소하는 방법도 잘못됐다. 12월로 사업이 종료되는 와중에도 현재 서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FOS 입단신청이 가능하다. 당장 이번 주에 입단한 아이들도 많다는 뜻이다. 학부모들은 영문도 모른 채 새로 구장을 넘겨받는 기업이 어떠한 정책과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아이들을 맡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학부모 주장에 따르면 지난달 말에 2월까지 교육비 3개월치를 결제할 때까지만 해도 현 상황에 대한 아무런 설명조차 없었다. 순간의 손익을 따지는 잔인한 경제 논리의 가장 큰 피해자는 몸담고 있던 아이들이다. 서울이란 타이틀을 믿고 아이들을 맡긴 학부모들과 유소년 선수들에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혹여 그들의 기대와 다른 결정을 했다 하더라도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지한 후 충분한 시간을 통해 대화를 해야 했다.

혹자들은 이야기한다. 강등 위기까지 처했던 서울의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현재 성적부터 갖추고 다시 어린이 축구교실을 운영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지 않냐고.

하지만 서울 유소년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비단 구단에 한정되지 않았다. 강남, 강북, 강서구 곳곳에서 서울 유니폼을 입고 축구장으로 향하는 어린이들은 서울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자랑이었다. 클럽시스템과 엘리트 시스템이라는 두 가지 큰 틀에서 운영되는 서울의 유소년 시스템은 그야말로 국내에서는 파격적이었다. 취미반과 선수반을 나눠 재능 있는 유소년 선수들을 상위 그룹으로 올려보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미 스페인과 독일 등 선진 축구로 대표된 유럽에선 일반화된 클럽 시스템이다. 아틀레틱 빌바오와 레알 소시에다드 등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중위권 클럽들이 매 시즌 주축 선수들을 다른 거대 구단에 팔아넘김에도 성적을 유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가까이선 국내 K리그의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인천 유나이티드가 그랬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는 세계 축구의 흐름 속에서도 산하 유소년 시스템을 돌보고 스카우터들의 힘으로 양질의 선수들을 발굴해냈다.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어린 시절 학교와 가정에서부터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다가가는 것. 이는 단순히 유망한 선수들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몇 년, 많게는 몇십 년까지 서울 엠블럼을 가슴에 달고 뛴 학생들이다. 이들은 고스란히 서울의 팬이 됐고 나아가 K리그, 그리고 한국축구의 열렬한 서포터즈가 됐다. 그들에게서 파생된 팬들 역시 적잖다. K리그가 건강해지기 위해선 경기력과 성적도 중요하지만 수익성과 재정 안정성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서울 유소년 시스템은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정책이었던 이유는 그래서다.

관중 축소를 FOS의 문제로 돌려선 안 된다. FOS의 의미는 단순히 금전적으로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서울이 명가로 거듭나기까진 어린이 축구교실을 직영으로 운영했던 것이 매우 크게 작용했다. FOS는 모든 국내 프로구단들 유소년 시스템의 좋은 본보기가 돼야 한다.

이번 FOS 축소는 가슴에 서울 엠블럼을 달았던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팬심을 잃는 처사가 될 수 있다. 비록 대규모 축소를 했다곤 하나 점진적으로 다시 확장할 여지는 남아있는 상황. 5000여명 규모의 선수단과 인프라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일임엔 분명하지만, 지금의 서울을 있게 한 뿌리는 FOS임을 명심해야 한다.

상암월드컵경기장에 가 보면 일반 응원석부터 서포터즈 응원석까지 가족 단위로 관람하는 팬들이 매우 많다. 평생 경기를 보기 위해 직접 홈구장에 찾아간 적조차 없던 이들이 아이의 축구 활동으로 관심을 갖게 돼 골수팬이 된 것이다. 그들이 상암경기장을 찾는 이유는 우승팀과 스타 선수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2925927&code=611613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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